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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외국인이 궁금해하는 한국의 ‘집들이 문화’

by 최미나 에디터 2025. 4. 22.

1. 한국에서 ‘집들이’는 왜 하는가?

한국에서 집들이는 단순히 새로운 집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다.
사람들은 새로 이사한 집에 지인들을 초대해 음식을 나누며,
“이 집에서 앞으로 잘 살겠다”는 의미와 함께 행운을 나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화재나 액운을 막고, 좋은 기운을 불러오기 위한 ‘고사 문화’**에서 유래되었다는 해석도 있다.
특히 어르신 세대에서는 "빈 집에 복이 깃들기 전에 손님부터 들이면 집이 산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오늘날의 집들이는 조금 더 캐주얼하게 바뀌었다.


친한 친구나 직장 동료, 이웃들을 초대해 간단한 식사나 술자리를 갖는 형식이 일반적이다.
특히 첫 독립을 한 20~30대는 SNS에서 집 인테리어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집들이를 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집들이는 공간을 공유하는 행위이자, 관계를 다시 연결하는 사회적 의식이다.


한국인은 공간을 개인의 것이 아닌, ‘함께 나누는 자리’로 인식하는 문화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2. 집들이 초대 시 예절과 준비해야 할 것들

한국에서 집들이에 초대받았을 때는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예의로 여겨진다.
이건 꼭 고가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마음을 담았다’는 의미다.

 

외국인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집들이 갈 때 뭘 가져가야 해요?”인데, 아래와 같은 선물들이 대표적이다.

🎁 대표적인 집들이 선물

  • 휴지 (끝이 없다는 뜻 → 복이 끊기지 않음)
  • 세제 (거품처럼 복이 일어난다는 뜻)
  • 방향제, 디퓨저 (좋은 향기 = 좋은 운)
  • 커피, 와인, 과일 바구니 (실용성 있는 기호품)

🙆‍♂️ 예절 포인트

  • 신발은 반드시 벗고 들어가야 함 (실내화 제공 여부 확인)
  • 부엌이나 안방은 초대받지 않으면 함부로 들어가지 않음
  • 집 구조나 인테리어에 대한 지나친 평가나 조언은 금물 (민감할 수 있음)
  • 먹을 걸 준비해 간다면 포장 상태가 깔끔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종류가 좋음

집들이 초대는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너는 내가 사는 이 공간에 들어올 만큼 중요한 사람이야”라는 신뢰의 표현이다.
그만큼, 초대받는 사람도 예의를 갖춰 그 신뢰에 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집들이 음식의 특징과 손님맞이 식문화

한국에서 집들이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무엇을 먹을지다.
한국인은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은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집들이에서도 음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닌 환대의 표현으로 여겨진다.


🍲 집들이 음식의 공통된 특징

  1. 여럿이 나눠 먹기 좋은 음식
    • 대부분 대접을 전제로 하다 보니 1인분보다는 공유 가능한 형태가 많다.
    • 잡채, 불고기, 김치전, 전골, 떡볶이, 치킨, 과일 등이 대표적이다.
  2. 손님에게 익숙한 음식
    • 평소 자주 먹는 음식이나 대중적인 메뉴를 선호한다.
      너무 특이하거나 향신료가 강한 음식은 피하는 편이다.
  3. ‘정성’이 느껴지는 구성
    • 굳이 비싼 음식이 아니더라도, 손수 만든 요리나 정갈하게 담아낸 모습에서
      주인의 마음이 전달된다.

🫱‍🫲 한국의 ‘식사로 환영하는 문화’

한국에서는 누군가를 초대했다는 건
그 사람을 신뢰하고, 마음을 열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집에 손님이 온다면 주인은 반드시 음식을 준비한다.

이건 단지 먹을 것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 공간과 시간을 너에게 내어줄 만큼 널 반긴다”는 표현이다.
이런 문화적 배경 속에서, 식사는 단순한 생존이 아닌 인간관계의 매개가 된다.


🙋 외국인을 위한 팁

만약 외국인이 한국인의 집들이에 초대된다면,
가장 좋은 반응은 “맛있게 먹는 것”이다.
준비한 음식에 대한 칭찬 한 마디, 정성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집주인에게는 큰 기쁨이 된다.

한국에서는 ‘밥 같이 먹는 사이’는 곧 ‘마음을 터놓는 사이’라는 뜻이다.

 

4. 현대 집들이 문화의 변화 – 디지털 시대의 집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의 집들이 문화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예전에는 새집에 이사하면 어르신들과 이웃, 지인들을 초대해 밥상을 차리고, 술 한잔 나누는 것이 당연한 집들이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전통적인 집들이 형식도 점차 간소화되고 다양화되고 있다.


📱 디지털로 진행되는 ‘온라인 집들이’

요즘 20~30대 사이에서는 온라인 집들이가 일상화되고 있다.
SNS, 블로그, 유튜브 등을 통해 이사한 집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소개하며
“디지털 초대장”처럼 주변 사람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 인스타그램 피드에 “#집들이 #방꾸미기” 해시태그를 달아 인테리어를 보여주고
  • 유튜브에서는 룸투어(Room Tour) 형식으로 집을 소개하며 댓글로 소통하기도 한다

이러한 디지털 집들이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많은 사람들과 일상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잘 맞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 관계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전통적인 집들이가 “누구를 초대할까”에 중심이 있었다면,
현대의 집들이는 “나의 공간을 어떻게 표현할까”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즉, 타인을 위한 환대의 문화에서, 나를 표현하는 문화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이 사라진 건 아니다.
대신에 ‘보여주는 방식’과 ‘나누는 대상’이 달라졌을 뿐,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관계를 이어가려는 마음은 여전히 존재한다.


🏡 오프라인 집들이의 변화도 있다

물론 여전히 오프라인으로 손님을 초대하는 집들이 문화도 남아있다.
하지만 규모는 작고, 더 친밀한 사람 중심으로 바뀌었다.

  • 많은 손님을 초대하기보다, 가까운 친구 2~3명만 불러 소소하게 나누는 식사
  • 예쁜 테이블 세팅, 향초, 플레이리스트 등으로 ‘무드’를 중요시하는 트렌드
  • 음식도 복잡하게 차리기보다는, 가볍게 나눌 수 있는 와인 & 치즈, 간단한 홈파티 음식이 많아졌다

💬 문화는 고정된 게 아니다

집들이 문화 역시 고정된 전통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문화다.
세대, 사회, 기술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은가’에 대한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집들이는 “사람과 공간, 그리고 관계를 연결하는 매개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단지 그 형태만, 디지털과 개인화의 흐름에 맞게 진화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