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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창업 성공사례 – 20대 창업자의 이야기

by 최미나 에디터 2025. 4. 22.

1. 남부시장 청년몰이란?

전주 남부시장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으로, 예전부터 전주 시민의 일상과 함께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점차 방문객이 줄어들고, 노후된 시설과 매출 감소로 인해 위기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바로 ‘청년몰 프로젝트’였습니다.

 

전주시는 2010년대 중반부터 청년 창업자들을 유치해 남부시장 2층 빈 상가 공간에 ‘청년 창업 상점가’, 즉 청년몰을 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창업 교육, 홍보 마케팅, 공동 브랜딩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초기 창업자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환경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전통시장과 청년 창업의 결합이 단순한 임대 공간 제공에 그치지 않고, 상생과 지역 활성화라는 큰 틀에서 접근되었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의 시장과 현대적 감각을 지닌 청년 창업이 만난 이 구조는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벤치마킹 되고 있으며, 특히 남부시장 청년몰은 성공적인 운영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2. 20대 청년 창업자의 시작 이야기

지금 소개할 주인공 A씨(가명)는 26살의 평범한 청년이었습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취업 대신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습니다. 커피를 좋아했던 그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전통시장과 어울리는 감성 있는 디저트 카페를 구상하게 되었고, 마침 인터넷을 통해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창업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청년몰 창업은 일반 상가 임대와는 다르게, 사업계획서 제출, 면접, 교육 이수 등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했습니다. 그는 약 3주에 걸쳐 사업계획서를 준비하며,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시장 내 경쟁력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는 정부의 청년창업 지원금 1천만 원을 신청했고, 부족한 금액은 부모님에게 일부 빌리며 시작 자본을 총 1,500만 원으로 맞췄습니다. 인테리어는 직접 도면을 그리고, 인근 공방과 협업해 비용을 줄였으며, 메뉴는 전통시장 고객층과 어울리는 전통 재료를 활용한 수제 음료와 디저트로 구성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A씨는 창업 전 직접 남부시장을 수십 차례 방문하며 시장 내 손님들의 연령대, 소비 패턴, 방문 시간대를 관찰하고 기록했다는 점입니다. 이 과정이 훗날 창업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고, 단순히 감각만으로 시작한 창업이 아닌,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시작이었습니다.

 

3. 남부시장에서의 도전과 시행착오

A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오픈 첫날을 맞이했지만, 현실은 기대와 전혀 달랐다. 오픈 초반 3개월 동안은 하루 매출이 만 원도 채 되지 않는 날이 많았고, 카페 안에 손님이 단 한 명도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있었다. 특히 평일 오전과 낮 시간대는 청년몰 전체에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이게 정말 장사 맞나?”라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다고 한다.

 

첫 번째 시행착오는 메뉴 구성에서 시작됐다. 그는 젊은 감성의 트렌디한 디저트를 준비했지만, 실제 남부시장을 찾는 고객의 연령대는 40~60대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인절미 라떼, 쑥 크림빵 같은 전통 요소를 넣은 메뉴는 반응이 좋았지만, SNS에서 유행하는 메뉴는 생각보다 잘 팔리지 않았다.

 

두 번째 시행착오는 마케팅에서의 실수였다. 오픈 초반 그는 인스타그램 광고에만 집중했지만, 남부시장 자체의 유입 고객층은 SNS보다 현장 체험과 입소문에 더 민감했다. 청년몰 1층에서 장사하는 전통시장 상인들과 협업하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실수였다. 그들은 이미 단골손님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 네트워크 안에 들어가면 손님 확보가 훨씬 쉬워질 수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세 번째 시행착오는 ‘혼자 다 하려던 것’이었다. 인테리어, 메뉴 개발, 마케팅, 고객 응대까지 모든 걸 스스로 하다 보니 체력적·정신적으로 금방 소진됐다. 특히 장사 초기에는 감정적인 기복도 심해서, 하루 매출이 좋지 않으면 스스로를 자책하며 며칠을 힘들어했다.

그는 이 시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진짜 장사라는 건, 인스타그램에 예쁜 사진 하나 올리고 끝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매일 시장 문을 여는 시간에 나가고, 상인 분들과 인사하고, 손님 하나하나에게 말을 걸어야 겨우 조금씩 반응이 생겼어요.”

 

결국 그는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시장 상인들과 교류하며 가게 앞에 손님이 머물 수 있도록 작은 벤치를 설치했고, 점심시간에 붐비는 시장 특성을 고려해 점심 특선 세트 메뉴를 만들었다. 또한 청년몰 내 다른 점포들과 함께 공동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공동 마케팅 구조로 전환했다.

 

이러한 변화를 거치면서 서서히 손님의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A씨는 남부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체득하게 되었다. 실패는 그에게 있어 끝이 아니라, 방향을 수정하는 계기였다.

 

4. 성공 요인 분석

A씨는 6개월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결국 남부시장 청년몰에서 안정적인 고객층과 월 평균 5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가게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가 이뤄낸 성장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 전략적 전환의 결과였다.

1) 고객 소통 방식의 변화

가장 큰 변화는 손님과의 소통 방식이었다. 초반에는 SNS 중심의 비대면 마케팅에만 치중했다면, 이후에는 가게에 직접 방문한 손님에게 먼저 말을 걸고, 메뉴에 대한 설명을 친절히 제공하는 1:1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했다. 특히 단골 손님의 이름을 기억하고, 선호하는 메뉴를 미리 준비해 두는 등 개인화된 응대는 단골 확보에 큰 역할을 했다.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은 결국 가게 안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2) 전통시장 고객 맞춤형 메뉴 개발

A씨는 시장 특성상 중장년층의 유입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 기존의 유행 위주 메뉴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재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메뉴를 개발했다. 예를 들어, 쑥 라떼, 흑임자 쿠키, 유자청 스파클링 음료 등은 전통시장 고객층에 자연스럽게 어필했고, 이로 인해 ‘시장에 어울리는 카페’라는 인식을 심을 수 있었다.

3) 로컬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지역 기반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실제 남부시장 체험기를 블로그나 유튜브 콘텐츠로 노출했다. 특히 **‘전주 한옥마을 근처 숨은 카페’**라는 컨셉으로 콘텐츠를 제작한 덕분에, 청년몰의 위치적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실제 이 콘텐츠를 통해 주말에는 외지 관광객의 유입도 눈에 띄게 늘었다.

4) 청년몰 상인들과의 연합 마케팅

청년몰은 혼자 장사하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였다. A씨는 옆 가게 사장들과 함께 매월 공동 이벤트를 기획하고, 스탬프 카드나 할인 쿠폰을 교차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를 통해 고객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혼자 살아남는 게 아니라, 같이 살아남는 게 청년몰 방식이더라고요.”

5) 리스크 분산을 위한 부수입 모델 구축

단순히 매장 내 판매에만 의존하지 않고, 메뉴 중 일부를 SNS를 통해 예약 판매하거나, 배달 플랫폼을 통한 주문 판매로 확장했다. 특히 계절 한정 음료를 선주문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재고 부담 없이 수익을 만드는 구조로 개선한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였다.

 

5. 현재의 모습과 수익 구조

A씨가 남부시장 청년몰에 창업한 지는 벌써 2년이 넘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초보 사장이 아니다. 매달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 수는 평균 1,200명 이상이며, 평일에는 인근 직장인과 시장 방문객 중심의 고객이, 주말에는 관광객이 주로 유입된다.

 

✔️ 월 매출 구조 (평균 기준)

                                                                                                                                                                   구분항목금액 (원)
음료 판매 수제 음료, 커피 등 약 270만 원
디저트 판매 유자파운드, 흑임자 쿠키 등 약 150만 원
외부 행사 납품 지역 플리마켓, 체험 클래스 등 약 80만 원
총합   500만 원 내외

가게 운영비(임대료 + 재료비 + 인건비 등)를 제외하면 순이익은 약 180만 원~220만 원 정도 발생하고 있다. 물론 계절, 방문객 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A씨는 매월 20만 원씩 적금을 넣고, 장비 교체 비용도 조금씩 비축할 수 있을 만큼의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 중이다.

✔️ 운영의 변화

  1. 직원 1명 채용: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파트타이머를 고용해 고객 응대 효율성을 높임
  2. SNS 예약 판매 도입: 인기 있는 디저트는 인스타그램 DM으로 예약 주문받아 픽업 유도
  3. 시장 행사와 연계: 남부시장 정기 행사와 연동된 프로모션을 진행해 가게 인지도 강화

현재 A씨는 단순한 '가게 운영자'를 넘어, 청년몰 운영협의회 멤버로 활동하며 타 창업자들과의 협업도 주도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명확하다.

“전통시장에서 시작했지만, 전통에 머물지 않는 브랜드로 키우고 싶어요.”


6.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전하는 조언

A씨는 창업을 꿈꾸는 또 다른 청년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현실적인 조언을 전했다. 말 그대로 책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1) 돈보다 ‘지속 가능한 체력’이 먼저다

창업 초반엔 자금도 중요하지만, 체력과 정신력이 더 중요하다. 장사를 하면 아침 일찍 출근해서 청소하고, 문 닫고 나가면 밤 10시가 넘는 날이 허다하다. 특히 1인 운영일 경우, 감정 기복이 생기면 매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2) 시장 조사는 글로 하는 게 아니다

가장 큰 착각 중 하나는 인터넷 조사로 시장 파악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A씨는 오픈 전 1개월 동안 거의 매일 남부시장에 들러 손님들의 대화를 엿들었고, 주변 상인들과 인사하며 고객 흐름을 기록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는, 온라인 데이터와 다릅니다.”

3) 정부 지원금이 전부는 아니다

창업자금으로 흔히 정부 지원금만을 생각하지만, 지원금은 일시적일 뿐, 그 이후가 진짜 시작이다. A씨는 지원금 외에도 지역신협과의 협약, 부모님의 소액 도움, 인테리어 직접 시공 등을 통해 자금을 효율적으로 분산했다.

4) 실패는 방향 수정을 위한 데이터

초반의 실패는 당연한 과정이다. 다만 문제는 실패했을 때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는 것이다. A씨는 매일 손님 수, 매출, 인기 없는 메뉴, 리뷰 반응 등을 기록하며, 작은 실패 하나도 다음 전략의 기반으로 삼았다.


이러한 조언들은 책이나 강의에서 듣기 어려운, 현장에서 피와 땀으로 얻은 정보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현실적인 기대치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도록, A씨는 앞으로도 꾸준히 자신의 사례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저처럼 특별할 것 없는 사람도, 작지만 단단한 꿈을 가지고 움직이면 시장 안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시작이 아니라 ‘버티는 힘’입니다.”